[ 일본 선교 ]
나는 20년 남짓 되어가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기쁨의 교회를 오기 전까진 단 한 번도 선교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믿지 않는 가정, 믿지 않는 주변인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매일이 선교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선교를 다녀와서 상처받고 지쳐있는 이들을 보며 이럴 거면 안 간다고 이미 난 너무 지쳤다고 말했었다.
그런 내가 기쁨의 교회를 온 첫날 들은 선교 기도에 펑펑 울었고,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순간들이 늘어났다. 스스로도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아니라고, 선교를 가려면 연차의 반 이상을 족히 써야 하는데 난 나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내 생각과 하나님의 일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그렇게나 저울질하던 내가 선교를 정말 언젠간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다름 아닌 몇몇의 동역자들의 말 때문이었다. 믿지 않는 이들 사이에서 신앙을 지키기가 어려웠고, 지쳤고, 여러 가지 일들로 하나님과의 관계에 의심을 가지던 시점에 나에게 그들이 공통적으로 해준 말은 “네가 선교에 가서 하나님을 누리고 그냥 하나님 안에서 푹 쉬고 왔으면 좋겠어. 너에겐 선교가 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였다. 그 순간 나에게 든 생각은 “그러게. “ 였다. 그냥 딱 그 한마디였다. 왜 나는 선교를 어렵게 생각했을까?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그때부턴 선교를 가는 이들의 걸음이 남의 일 같지 않았고, 하나님에 대한 열정이 다 식고 이렇게 가다간 내가 죽겠다 싶을 때 나보다 먼저 선교를 결심한 이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먼저 다른 나라로 선교를 다녀오고 너무너무 행복했다던 이들의 고백과 간증에 마음이 흔들렸고 퇴사 후 여행으로 가려고 했던 일본을 선교로 가겠다고 결단했다. 나에겐 그 결단부터 선교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여행이 아닌 선교를 가겠다는 말에 돌아온 가까운 주변인들의 대답들은 역시나 부정적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대답들에 더 오기가 생겨 “무조건 선교로 가겠다, 나는 하나님을 누리고 오겠다.”라고 말해버렸다. 남들이 보기엔 이미 대단한 결단을 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정작 나는 그냥 나 살자고 결단한 일이었다. 나는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나님 믿는 척을 하고 실상을 까보면 말씀 한 구절 읽는 것도 힘들어하고 기도 한마디 내뱉지 못하는 세상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종교인에 불과했기에 다시 하나님에 대한 열정을 찾고 싶었다.
선교를 준비하는 동안도 말씀도 보지 않고 기도도 제대로 안 하고 어떻게든 되겠지 라며 게으름 피우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가도 되나’라고 생각만 하고 또 게으름 피우고의 반복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만큼 하나님 앞에서 열심을 다 할 시간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시간은 갔고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일본 땅에서의 일주일이 시작됐다.
일본 땅을 밟으면서도 “왜 내가 가고 싶었던 선교지가 아니라 마음도 관심도 없던 일본 땅에 먼저 보내셨을까?”라는 의문을 가득 갖고 있었는데, 선교사님과 대화 속에서 그 이유를 깨닫게 하셨다. 나와 비슷한 상황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셨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하나님이 정말 내 상황, 형편을 다 아시고 위로하시고 쉬게 하시려고 일본 땅에 보내셨구나 싶었다. 나만 그런 상황인 거 아니고, 그럼에도 기도하고 전심으로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면 하나님의 때에 일하시고 변화시키심을 보여주신 것 같았다. 그러시면서도 “선교는 ’ 인내‘다.”라고 하신 선교사님의 한마디가 그동안의 선교사님의 외로움과 상처를 그대로 보여주시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고, 그 말 한마디가 나에겐 일상의 선교도 결국 ‘인내’ 임을 깨닫게 하셨다.
그 후 거리에 나가 두 명씩 팀을 짜 노방 전도를 하는데 나는 이 노방 전도 시간이 가장 부끄러운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저 모르는 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부끄러웠던 것이 아니다. 어린 학생들만 전단지를 주려고 생각하던 나에게 짝꿍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가리키며 “저기 할머니(할아버지)께도 드릴까요? “ 하는데 그 말에 복음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전해 들어야 할 너무 중요한 소식이고 사랑인데 나는 그 짧은 시간에도 복음을 전할 상대를 재고 따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부끄러웠고, 시간이 지날수록 복음을 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전단지를 빨리 끝내야겠다며 복음을 전하는 일을 무슨 전단지 알바 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내가 부끄러웠다. 이런 나의 태도와 마음에도 하나님은 그 순간 본 여전히 하나님을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을 허락해 주셨다.
매일 저녁 팀원들이 모여 나눔을 하던 시간에 모두가 그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하나님이 허락하신 영혼인데 내 부끄러움과 망설임 때문에 하나님을 전해 들어야 하는 이들이 듣지 못하면 어떡하냐고 그게 무섭다는 말들을 들으며 우리를 한 팀으로 보내신 이유가 일상에 지쳐 영혼을 영혼으로 보지 못하던 우리가 다시 한 사람을 영혼으로 보길 원하셔서, 우리가 가진 복음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게 하시기 위함이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쯔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의 특송을 함께 해주시던, 그 땅에서 하나님 앞에서 고군분투하며 섬기고 계신 선교사님 두 분의 얼굴을 보며 그들을, 그 땅을 기억하지 못하고 기도로 더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함과 그럼에도 우리를 위해 늘 기도로 함께 해주시고 단 한 명도 그저 그렇게 흘려보내지 않으심에 감사함에 모두가 눈물을 삼켰다. 그리고 나는 함께 해주신 성도분들의 얼굴을 보며 “여기서는 지금 신앙생활 하는 이들이 믿음의 1세대”라고 하신 선교사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그들의 행복하지만 외롭고 괴로웠을 그 시간들 속에도 여전히 하나님을 찬양하는 이들이 너무 귀해서 눈물이 났다.
우리가 전단지를 돌린 이들은 단 한 명도 오지 않았지만 한동안 나오지 않다가 오랜만에 나와 함께 예배하신 성도분들이 많았다는 얘기를 듣고 그전에 와서 씨앗을 뿌린 이들의 열매를 우리가 봤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뿌린 복음의 씨앗 또한 언젠가 누군가는 볼 수 있단 생각에 얼마나 감사하고 좋았는지 모른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 각자의 어려움과 고민들을 가지고 육체의 쉼을 누릴 수 있었던 그 시간과 물질을 하나님 앞에 드리며 헌신으로 나갔던 그 자리에 함께했던 모두에게 말씀과 기도와 나눔으로 주신 은혜에 감격할 수 있는 회복의 자리가 되었고, 혼자라고 생각하고 어려웠던 그 시간들을 나누며 함께 서로를 위해 기도했던 그 시간이 나에게는 앞으로의 신앙생활에서도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하나 된 가족임을 확신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되었다.
나에게 이번 일본 선교는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나의 형편과 상황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주신 쉼의 자리이기도 했고, 나의 문제와 해결되지 않은 숙제들을 가지고 단 한 번도 하나님 앞에 가져가지 않았음을 깨닫는 자리이기도 했다. 여전히 선교에 대한 두려움이나 어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첫 선교였던 이번 선교를 통해 이미 승리하신 싸움이라는 것과 날 그냥 이렇게 죽게 두시지는 않으실 거라는 확신이 생겼고, 하나님의 때에 보여주실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게 됐다.
우리는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살아가고 있고, 또다시 선교지를 가기까지는 수많은 시간들을 보내겠지만 이번 선교를 통해 주신 그 확신과 기대함을 가지고 나의 일상에서 만나는 이들과 그 땅에서 만났던 수많은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고, 여전히 그 땅에서 전심으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들을 위해 하나 된 가족으로서 기도로 동역했으면 한다.
글을 마치며 딱 한 가지만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선교를 주저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냥 눈 딱 감고 다녀왔으면 좋겠다. 그 땅에서 밤낮없이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고 그 사랑을 맛본다면 주저했던 그 시간들이 너무 아까울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