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디옥 교회를 꿈꾸다
2014년 8월, 처음으로 교회 개척에 대한 꿈을 갖게 되었다. 나의 꿈인지, 하나님의 꿈인지가 궁금했기에 기도원에 올라가서 금식 기도를 했다. 주님의 응답은 단순명료했다. 안디옥교회다. 이 한 말씀이 분명히 들려왔다. 그리고는 잠시 뒤에 사도행전 11장과 13장에 등장하는 안디옥교회의 모습이 영화처럼 보여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기뻐서 내려오자마자 본격적으로 교회 개척을 추진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 자리에서 교회를 시작하게 되었고, 2014년 12월 31일에 개척멤버 10명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조촐한 송구영신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2015년 1월 4일 기쁨의교회가 시작되었다. 멤버들은 공동목회자 가정을 비롯한 목회자 그룹이 6명, 평신도가 9명이었다. 그 중에 5명은 신학생, 그리고 나머지 4명은 초신자들이었다. 이러한 미약한 시작이었으나, 8년 8개월이 지난 오늘 성도들의 숫자는 200여명까지 성장하였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지만, 그 은혜의 도구로 쓰임받은 것은 순수한 청년들이었다.
도시에 터를 잡다
2010년 즈음에 한 잡지를 통해서 팀 켈러 목사와 그가 뉴욕 맨해튼에 설립한 ‘리디머교회’에 대해서 접하게 되었다. 주거 밀집 지역이 아닌 업무 지구에 해당하는 맨해튼에서 개척해서 성공한 교회의 이야기는 당시 열정적인 신학생이었던 나에게 매우 도전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그러한 곳에서 교회 개척 공간이 주어지도록 기도했다. 하나님의 응답은 후암동이었다. 이 곳은 서울의 중심 남산 아래 용산에 위치해 있으며, 전국으로 뻗어진 교통망의 중심지 서울역을 지척에 두고 있는 곳이다. 또한 크고 작은 회사들과 각종 기관들이 밀집해있어 점심 시간에는 모든 식당 앞에 줄이 서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낮에는 분주했던 거리는 이처럼 직장인들로 분주했던 동네는 심야가 되면 조용한 것을 넘어 적막하기까지 하다. 그러니까 그냥 “구도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후암동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바로 다양성이다. 우선 이 곳에는 고급주택들과 함께 열악한 주거 환경의 대명사인 쪽방촌이 공존한다. 부유층과 빈곤층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이곳에 오래동안 터를 잡아 고향처럼 살아온 노년층과 동시에 도심지 근무지로 인하여 비교적 최근에 이사 온 청년들이 많이 거주한다. 이는 원주민과 이주민이라는 상반된 사람들의 공존을 말해준다. 또한 인구가 2만 명도 안되는 이 작은 마을은 크고 작은 맛집들과 카페들도 구석 구석 채워져있다. 그래서 언제나 거주인구보다 많은 유동인구가 있다. 이곳에는 외국인들도 많다. 서울역 인근이어서 잠시 머물다 가는 외국인도 있지만, 눌러사는 외국인도 상당히 많은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오늘 서울을 살아가는 거의 모든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2000년 전 안디옥 교회도 그러했다. 안디옥은 로마 제국 제 3도시였다. 제 1도시는 정치의 중심지 로마, 제 2도시는 학문의 중심지 알렉산드리아였다. 제 3도시 안디옥은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 안디옥, 이 도시는 제국 내에서 다양성을 대표하는 곳이었다. 다양한 지역 출신의 사람들이 뒤엉켜 살아가는 이 곳은 하나님에 의해 새로운 예루살렘 교회로 선택되었고, 안디옥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이 교회의 개척자들은 역시 모두 이 곳 출신이 아니었다.
이러한 모습은 도심에서의 교회 개척과 성장이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도심 교회 개척은 원주민들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심 교회 개척은 도심의 접근성과 상징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원주민들이 아닌 이주민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주민들이 만들어 낸 역동성과 다양성은 교회구성원들에게 구심점이자 원동력을 주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쁨의교회의 출발은 완벽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각지에서 대학을 다니던 청년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교회 안에서는 일종의 ‘향우회’ 같은 것이 생겨날 정도였다. 또 국제예배도 시작되었다. 프랑스에서 온 초신자, 싱가포르에서 온 모태신앙 친구들, 홍콩에서 온 불신자… 이러한 다양한 사람들이 뒤엉켜져 공동체를 이뤘다.
지금도 교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또 다시 많이 이동해간다. 지금도 이러한 변화들이 잘 적응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러한 역동적인 변화 속에서 기쁨의교회가 성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공간과 메시지
우리 교회를 찾아오는 성도들의 상당수는 입소문이나 지인의 소개를 통해서 온다. 교회 건물을 보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신도시 주거 밀집 지역에서는 아직도 교회 건물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도심 상가 교회는 건물로 성도들을 모은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잘 보이지가 않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온라인 공간'이었다. 좋은 디자이너들이 있었다. 홈페이지는 얼굴이니까 예쁘게 했다. 오늘 날 교회의 SNS 활용은 일종의 말투이다. 젊은이들에게는 교회의 동시대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요즘 거리에는 예전만큼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나 인스타그램Instagram 같은 SNS에는 수천 수만의 젊은이들이 머물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기쁨의교회라는 존재에 대해서 말을 한다. 디자인과 포스팅들은 교회의 분위기와 추구하는 가치들을 향기처럼 뿜어낸다. 그들이 인도함을 받는 곳은 바로 유튜브YouTube이다. 현재 구독자는 1,000명 정도이다. 아주 큰 숫자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중형교회들이 등록 성도에 비해서 적은 규모의 구독자를 갖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곳에서 그들은 기쁨의교회의 영성을 맛보고 점차적으로 내적 친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사역적 양상은 공간이라는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그 한계가 도리어 온라인 공간이라는 더 큰 바다로 나아가게 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우리의 존재로 메시지를 남기려 했고, 그러한 선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성경을 설교하고, 찬송가를 부르는 청년교회
젊은이들이 주류를 이루는 교회라 해서 모든 것이 파격적인 것은 아니다. 기쁨의교회 예배는 생각보다 전통적이다. 물론 금요기도회나 청년예배에서의 예배 형식 면에서는 기존 전통 예배 형식에서 많은 것을 생략했지만, 중요한 부분, 즉 설교와 찬양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분위기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기쁨의교회 설교는 강해설교가 많다. 물론 주제 설교를 굉장히 긴 시리즈로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종을 이루는 것은 강해설교이다. 주중 예배는 창세기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권을 설교한다. 주일에는 주로 복음서 강해설교를 한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특별 계시인 성경이 그 안에 기록된 내용과 더불어 형식마저 존중받아야 하는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경 중심의 설교가 청년들을 보다 진지한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필자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은 그야말로 뉴미디어의 시대이다. 이러한 뉴미디어 시대의 핵심은 바로 가볍게 소비되는 콘텐츠(Short-Form Video)이다. 설교는 이러한 흐름에 반대되는 활동이다. '보기' 중심이 아닌 '듣기' 중심의 활동인데다가, 심지어 30분에서 길면 1시간도 진행되는 긴 호흡의 콘텐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경에 대한 지식까지 부족하다면 그야말로 설교라는 형식의 활동은 그야말로 멸종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기쁨의교회는 자체적으로 성경문맹퇴치운동을 지속해나가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강해설교와 공동체 성경읽기 등을 지속하여 나가고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러한 토양에서 훈련된 신자들이 설교의 유익을 더욱 크게 얻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쁨의교회 찬양도 아주 트렌디하지는 않다. 심지어 오전예배는 교독문과 4곡 이상의 찬송가 순서가 있을 정도로 상당히 전통적으로 드려진다. 또한 비교적 캐주얼한 주중예배에서도 인도자들에게 찬송가를 셋리스트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한다. 젊은 교회라 해서 전통과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 교회이기에 더욱 의도적으로 신앙의 유산을 전수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그 성과도 매우 좋다.
참여하고 체험하는 교회
기쁨의교회는 선교적 교회이다. 등록된 모든 성도들은 각자 1개 이상의 선교팀에 가입해야 한다. 다른 헌금은 작정하지 않지만 선교 헌금은 매년 작정한다. 또한 매월 6월을 선교의 달로 정하고, 전교인을 대상으로 선교학교를 개최한다. 현재 8개 국가의 선교사님들과 동역하고 있는데 그 곳으로 연중 수시로 청년들을 파송한다. ‘퇴사 후에 한 달’, ‘휴학하고 두 달’ 이런 식으로 선교지에 머물며 선교사님들을 돕고, 현지 상황을 배우라는 것이다. 또한 단기 선교도 최대한 많이 보낸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힘에 벅찰 정도의 구제를 한다. 결국 복음을 듣는 것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복음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기에 최대 인원이 최대 선교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이러한 활동은 교회를 1년 내내 살아있게 한다. 청년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그들에게 뛰어야 할 운동장과 룰을 가르쳐준다면 우리는 멋진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참여의 극대화는 기도를 통해서 이뤄진다. 매주일 청년예배 시간에는 선교기도 시간이 있다. 각 선교지 소식을 전하고 기도 제목을 나누며 전교인이 합심하여 기도하는 시간이다. 그 때 자신과 이 땅만 바라보던 시선은 동서남북으로 옮기어지고,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일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 기도를 통해서 문제가 해결되고, 복음의 진보가 있음을 경험하는 순간 성도들은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요 이 위대한 사역의 동역자가 된다.
사역 원칙: 거룩한 자발성
기쁨의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자발성에 기초한 사역 문화이다. 기쁨의교회는 아직 장로가 없다. 그러니까 조직이나 사역의 고정된 틀이 없이 유연하다는 것이다. 교회의 이러한 유연성은 구성원들에게 유연한 사고와 태도를 준다. 당연하고 마땅히 이루어지는 사역은 없다. 어느 주일에 주보가 나오지 않더라도 누구도 책망하지 않는다. 주보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사역이 의무가 아닌 것이다. 교역자들 출근 시간도 따로 없다. 교역자 회의도 거의 하지 않고, 주일에도 알아서 출근하고 알아서 퇴근한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일들도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그래서 교역자 스트레스가 현저히 적다.
기쁨의교회에는 거의 90% 이상의 사역은 자발적으로 진행된다. 수련회를 준비할 때도 교역자들은 가장 기본적인 업무만을 할 뿐 자원하여 섬기는 ‘수련회준비위원회’가 모든 것을 도맡아 진행한다. 이들 중의 상당수는 새가족들이다. 식사 당번 같은 경우에도 부서별로 자원하여 진행된다. 설거지도 대충 쌓아두다보면 누군가가 한다. 물론 이것이 비효율적이고 도리어 혼란을 준다. 점차적으로 체계와 조직을 갖추게 되리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마치 아이가 어떠한 문화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는지가 중요한 것처럼, 교회도 전통을 형성하는 초기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기에 최대한 모든 사역과 섬김을 자원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당연히 누군가가 해내야만 하는 것은 없음을 깊이 각인시킴으로 기쁨과 감사라는 가치를 보다 자주 접하고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성도들이 이 부분을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쁘게 여긴다.
기쁨의교회의 비전: 평생 신앙 (Life-Long Faith)
기쁨의교회는 변화를 마주대하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있다. 개척 초창기는 조심스러운 연애를 권장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헤어져도 교회를 떠나지 않는다는 안전망을 제공하며 최대한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연애할 것을 권장한다. 옛날에는 어른들이 ‘교회에 연애하러 왔냐’고 타박도 하셨지만, 생각해보면 교회 밖에서 연애하는 것이 더 안 좋아 보인다. 이러한 일의 결국은 청년들의 삶에 변화가 온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사회에 나가고 결혼을 하면서 삶의 계절이 달라진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더욱 더 큰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청년기에 들었던 이상적이고 본질적인 메시지만으로는 세상은 커녕 본인의 삶과 내면도 해석이 되지 않는 현실을 마주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제 목회 패러다임도 성도들의 생애주기를 따르는 양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쁨의교회는 이러한 생애주기에 따른 사역들과 훈련들을 제공하고자 변화들을 계획하고 있다. 먼저는 평생 신앙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이것은 매우 교육적 활동이다. 한 신자가 평생 해야 하는 성경 통독, 기도 훈련, 선교 참여 등을 생애주기별로 구성하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가 마주 대하는 모든 인생의 계절 속에서 필요한 영적 훈련과 공급이 지속되게 끔하고자 한다.
기쁨의교회의 성장과 발전은 평균연령을 유지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평균연령과 상관없이 진취적인 기상으로 복음의 이상에 도달하고자 하는 꿈을 버리지 않았는가에 달렸다고 본다. 자유와 기쁨 속에서 주어진 삶의 시간들을 복음의 본질로 채워나가도록 하는 이 위대한 도전은 기쁨의교회가 존속하는 한 지속될 것이다. 기쁨의교회는 지난 8년 간 이루어진 것보다 8년 간 심겨진 것에 더 큰 기대와 소망을 두고 있다. 도심 속에서 시작되어 삶의 자리로 이어질 기쁨의교회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시라.
- 이요한 담임목사의 「월간 목회」 2023년 10월호 기고글입니다 -
안디옥 교회를 꿈꾸다
2014년 8월, 처음으로 교회 개척에 대한 꿈을 갖게 되었다. 나의 꿈인지, 하나님의 꿈인지가 궁금했기에 기도원에 올라가서 금식 기도를 했다. 주님의 응답은 단순명료했다. 안디옥교회다. 이 한 말씀이 분명히 들려왔다. 그리고는 잠시 뒤에 사도행전 11장과 13장에 등장하는 안디옥교회의 모습이 영화처럼 보여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기뻐서 내려오자마자 본격적으로 교회 개척을 추진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 자리에서 교회를 시작하게 되었고, 2014년 12월 31일에 개척멤버 10명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조촐한 송구영신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2015년 1월 4일 기쁨의교회가 시작되었다. 멤버들은 공동목회자 가정을 비롯한 목회자 그룹이 6명, 평신도가 9명이었다. 그 중에 5명은 신학생, 그리고 나머지 4명은 초신자들이었다. 이러한 미약한 시작이었으나, 8년 8개월이 지난 오늘 성도들의 숫자는 200여명까지 성장하였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지만, 그 은혜의 도구로 쓰임받은 것은 순수한 청년들이었다.
도시에 터를 잡다
2010년 즈음에 한 잡지를 통해서 팀 켈러 목사와 그가 뉴욕 맨해튼에 설립한 ‘리디머교회’에 대해서 접하게 되었다. 주거 밀집 지역이 아닌 업무 지구에 해당하는 맨해튼에서 개척해서 성공한 교회의 이야기는 당시 열정적인 신학생이었던 나에게 매우 도전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그러한 곳에서 교회 개척 공간이 주어지도록 기도했다. 하나님의 응답은 후암동이었다. 이 곳은 서울의 중심 남산 아래 용산에 위치해 있으며, 전국으로 뻗어진 교통망의 중심지 서울역을 지척에 두고 있는 곳이다. 또한 크고 작은 회사들과 각종 기관들이 밀집해있어 점심 시간에는 모든 식당 앞에 줄이 서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낮에는 분주했던 거리는 이처럼 직장인들로 분주했던 동네는 심야가 되면 조용한 것을 넘어 적막하기까지 하다. 그러니까 그냥 “구도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후암동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바로 다양성이다. 우선 이 곳에는 고급주택들과 함께 열악한 주거 환경의 대명사인 쪽방촌이 공존한다. 부유층과 빈곤층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이곳에 오래동안 터를 잡아 고향처럼 살아온 노년층과 동시에 도심지 근무지로 인하여 비교적 최근에 이사 온 청년들이 많이 거주한다. 이는 원주민과 이주민이라는 상반된 사람들의 공존을 말해준다. 또한 인구가 2만 명도 안되는 이 작은 마을은 크고 작은 맛집들과 카페들도 구석 구석 채워져있다. 그래서 언제나 거주인구보다 많은 유동인구가 있다. 이곳에는 외국인들도 많다. 서울역 인근이어서 잠시 머물다 가는 외국인도 있지만, 눌러사는 외국인도 상당히 많은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오늘 서울을 살아가는 거의 모든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2000년 전 안디옥 교회도 그러했다. 안디옥은 로마 제국 제 3도시였다. 제 1도시는 정치의 중심지 로마, 제 2도시는 학문의 중심지 알렉산드리아였다. 제 3도시 안디옥은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 안디옥, 이 도시는 제국 내에서 다양성을 대표하는 곳이었다. 다양한 지역 출신의 사람들이 뒤엉켜 살아가는 이 곳은 하나님에 의해 새로운 예루살렘 교회로 선택되었고, 안디옥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이 교회의 개척자들은 역시 모두 이 곳 출신이 아니었다.
이러한 모습은 도심에서의 교회 개척과 성장이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도심 교회 개척은 원주민들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심 교회 개척은 도심의 접근성과 상징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원주민들이 아닌 이주민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주민들이 만들어 낸 역동성과 다양성은 교회구성원들에게 구심점이자 원동력을 주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쁨의교회의 출발은 완벽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각지에서 대학을 다니던 청년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교회 안에서는 일종의 ‘향우회’ 같은 것이 생겨날 정도였다. 또 국제예배도 시작되었다. 프랑스에서 온 초신자, 싱가포르에서 온 모태신앙 친구들, 홍콩에서 온 불신자… 이러한 다양한 사람들이 뒤엉켜져 공동체를 이뤘다.
지금도 교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또 다시 많이 이동해간다. 지금도 이러한 변화들이 잘 적응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러한 역동적인 변화 속에서 기쁨의교회가 성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공간과 메시지
우리 교회를 찾아오는 성도들의 상당수는 입소문이나 지인의 소개를 통해서 온다. 교회 건물을 보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신도시 주거 밀집 지역에서는 아직도 교회 건물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도심 상가 교회는 건물로 성도들을 모은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잘 보이지가 않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온라인 공간'이었다. 좋은 디자이너들이 있었다. 홈페이지는 얼굴이니까 예쁘게 했다. 오늘 날 교회의 SNS 활용은 일종의 말투이다. 젊은이들에게는 교회의 동시대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요즘 거리에는 예전만큼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나 인스타그램Instagram 같은 SNS에는 수천 수만의 젊은이들이 머물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기쁨의교회라는 존재에 대해서 말을 한다. 디자인과 포스팅들은 교회의 분위기와 추구하는 가치들을 향기처럼 뿜어낸다. 그들이 인도함을 받는 곳은 바로 유튜브YouTube이다. 현재 구독자는 1,000명 정도이다. 아주 큰 숫자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중형교회들이 등록 성도에 비해서 적은 규모의 구독자를 갖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곳에서 그들은 기쁨의교회의 영성을 맛보고 점차적으로 내적 친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사역적 양상은 공간이라는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그 한계가 도리어 온라인 공간이라는 더 큰 바다로 나아가게 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우리의 존재로 메시지를 남기려 했고, 그러한 선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성경을 설교하고, 찬송가를 부르는 청년교회
젊은이들이 주류를 이루는 교회라 해서 모든 것이 파격적인 것은 아니다. 기쁨의교회 예배는 생각보다 전통적이다. 물론 금요기도회나 청년예배에서의 예배 형식 면에서는 기존 전통 예배 형식에서 많은 것을 생략했지만, 중요한 부분, 즉 설교와 찬양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분위기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기쁨의교회 설교는 강해설교가 많다. 물론 주제 설교를 굉장히 긴 시리즈로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종을 이루는 것은 강해설교이다. 주중 예배는 창세기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권을 설교한다. 주일에는 주로 복음서 강해설교를 한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특별 계시인 성경이 그 안에 기록된 내용과 더불어 형식마저 존중받아야 하는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경 중심의 설교가 청년들을 보다 진지한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필자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은 그야말로 뉴미디어의 시대이다. 이러한 뉴미디어 시대의 핵심은 바로 가볍게 소비되는 콘텐츠(Short-Form Video)이다. 설교는 이러한 흐름에 반대되는 활동이다. '보기' 중심이 아닌 '듣기' 중심의 활동인데다가, 심지어 30분에서 길면 1시간도 진행되는 긴 호흡의 콘텐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경에 대한 지식까지 부족하다면 그야말로 설교라는 형식의 활동은 그야말로 멸종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기쁨의교회는 자체적으로 성경문맹퇴치운동을 지속해나가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강해설교와 공동체 성경읽기 등을 지속하여 나가고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러한 토양에서 훈련된 신자들이 설교의 유익을 더욱 크게 얻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쁨의교회 찬양도 아주 트렌디하지는 않다. 심지어 오전예배는 교독문과 4곡 이상의 찬송가 순서가 있을 정도로 상당히 전통적으로 드려진다. 또한 비교적 캐주얼한 주중예배에서도 인도자들에게 찬송가를 셋리스트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한다. 젊은 교회라 해서 전통과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 교회이기에 더욱 의도적으로 신앙의 유산을 전수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그 성과도 매우 좋다.
참여하고 체험하는 교회
기쁨의교회는 선교적 교회이다. 등록된 모든 성도들은 각자 1개 이상의 선교팀에 가입해야 한다. 다른 헌금은 작정하지 않지만 선교 헌금은 매년 작정한다. 또한 매월 6월을 선교의 달로 정하고, 전교인을 대상으로 선교학교를 개최한다. 현재 8개 국가의 선교사님들과 동역하고 있는데 그 곳으로 연중 수시로 청년들을 파송한다. ‘퇴사 후에 한 달’, ‘휴학하고 두 달’ 이런 식으로 선교지에 머물며 선교사님들을 돕고, 현지 상황을 배우라는 것이다. 또한 단기 선교도 최대한 많이 보낸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힘에 벅찰 정도의 구제를 한다. 결국 복음을 듣는 것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복음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기에 최대 인원이 최대 선교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이러한 활동은 교회를 1년 내내 살아있게 한다. 청년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그들에게 뛰어야 할 운동장과 룰을 가르쳐준다면 우리는 멋진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참여의 극대화는 기도를 통해서 이뤄진다. 매주일 청년예배 시간에는 선교기도 시간이 있다. 각 선교지 소식을 전하고 기도 제목을 나누며 전교인이 합심하여 기도하는 시간이다. 그 때 자신과 이 땅만 바라보던 시선은 동서남북으로 옮기어지고,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일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 기도를 통해서 문제가 해결되고, 복음의 진보가 있음을 경험하는 순간 성도들은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요 이 위대한 사역의 동역자가 된다.
사역 원칙: 거룩한 자발성
기쁨의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자발성에 기초한 사역 문화이다. 기쁨의교회는 아직 장로가 없다. 그러니까 조직이나 사역의 고정된 틀이 없이 유연하다는 것이다. 교회의 이러한 유연성은 구성원들에게 유연한 사고와 태도를 준다. 당연하고 마땅히 이루어지는 사역은 없다. 어느 주일에 주보가 나오지 않더라도 누구도 책망하지 않는다. 주보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사역이 의무가 아닌 것이다. 교역자들 출근 시간도 따로 없다. 교역자 회의도 거의 하지 않고, 주일에도 알아서 출근하고 알아서 퇴근한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일들도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그래서 교역자 스트레스가 현저히 적다.
기쁨의교회에는 거의 90% 이상의 사역은 자발적으로 진행된다. 수련회를 준비할 때도 교역자들은 가장 기본적인 업무만을 할 뿐 자원하여 섬기는 ‘수련회준비위원회’가 모든 것을 도맡아 진행한다. 이들 중의 상당수는 새가족들이다. 식사 당번 같은 경우에도 부서별로 자원하여 진행된다. 설거지도 대충 쌓아두다보면 누군가가 한다. 물론 이것이 비효율적이고 도리어 혼란을 준다. 점차적으로 체계와 조직을 갖추게 되리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마치 아이가 어떠한 문화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는지가 중요한 것처럼, 교회도 전통을 형성하는 초기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기에 최대한 모든 사역과 섬김을 자원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당연히 누군가가 해내야만 하는 것은 없음을 깊이 각인시킴으로 기쁨과 감사라는 가치를 보다 자주 접하고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성도들이 이 부분을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쁘게 여긴다.
기쁨의교회의 비전: 평생 신앙 (Life-Long Faith)
기쁨의교회는 변화를 마주대하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있다. 개척 초창기는 조심스러운 연애를 권장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헤어져도 교회를 떠나지 않는다는 안전망을 제공하며 최대한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연애할 것을 권장한다. 옛날에는 어른들이 ‘교회에 연애하러 왔냐’고 타박도 하셨지만, 생각해보면 교회 밖에서 연애하는 것이 더 안 좋아 보인다. 이러한 일의 결국은 청년들의 삶에 변화가 온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사회에 나가고 결혼을 하면서 삶의 계절이 달라진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더욱 더 큰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청년기에 들었던 이상적이고 본질적인 메시지만으로는 세상은 커녕 본인의 삶과 내면도 해석이 되지 않는 현실을 마주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제 목회 패러다임도 성도들의 생애주기를 따르는 양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쁨의교회는 이러한 생애주기에 따른 사역들과 훈련들을 제공하고자 변화들을 계획하고 있다. 먼저는 평생 신앙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이것은 매우 교육적 활동이다. 한 신자가 평생 해야 하는 성경 통독, 기도 훈련, 선교 참여 등을 생애주기별로 구성하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가 마주 대하는 모든 인생의 계절 속에서 필요한 영적 훈련과 공급이 지속되게 끔하고자 한다.
기쁨의교회의 성장과 발전은 평균연령을 유지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평균연령과 상관없이 진취적인 기상으로 복음의 이상에 도달하고자 하는 꿈을 버리지 않았는가에 달렸다고 본다. 자유와 기쁨 속에서 주어진 삶의 시간들을 복음의 본질로 채워나가도록 하는 이 위대한 도전은 기쁨의교회가 존속하는 한 지속될 것이다. 기쁨의교회는 지난 8년 간 이루어진 것보다 8년 간 심겨진 것에 더 큰 기대와 소망을 두고 있다. 도심 속에서 시작되어 삶의 자리로 이어질 기쁨의교회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시라.
- 이요한 담임목사의 「월간 목회」 2023년 10월호 기고글입니다 -
안디옥 교회를 꿈꾸다
2014년 8월, 처음으로 교회 개척에 대한 꿈을 갖게 되었다. 나의 꿈인지, 하나님의 꿈인지가 궁금했기에 기도원에 올라가서 금식 기도를 했다. 주님의 응답은 단순명료했다. 안디옥교회다. 이 한 말씀이 분명히 들려왔다. 그리고는 잠시 뒤에 사도행전 11장과 13장에 등장하는 안디옥교회의 모습이 영화처럼 보여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기뻐서 내려오자마자 본격적으로 교회 개척을 추진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 자리에서 교회를 시작하게 되었고, 2014년 12월 31일에 개척멤버 10명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조촐한 송구영신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2015년 1월 4일 기쁨의교회가 시작되었다. 멤버들은 공동목회자 가정을 비롯한 목회자 그룹이 6명, 평신도가 9명이었다. 그 중에 5명은 신학생, 그리고 나머지 4명은 초신자들이었다. 이러한 미약한 시작이었으나, 8년 8개월이 지난 오늘 성도들의 숫자는 200여명까지 성장하였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지만, 그 은혜의 도구로 쓰임받은 것은 순수한 청년들이었다.
도시에 터를 잡다
2010년 즈음에 한 잡지를 통해서 팀 켈러 목사와 그가 뉴욕 맨해튼에 설립한 ‘리디머교회’에 대해서 접하게 되었다. 주거 밀집 지역이 아닌 업무 지구에 해당하는 맨해튼에서 개척해서 성공한 교회의 이야기는 당시 열정적인 신학생이었던 나에게 매우 도전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그러한 곳에서 교회 개척 공간이 주어지도록 기도했다. 하나님의 응답은 후암동이었다. 이 곳은 서울의 중심 남산 아래 용산에 위치해 있으며, 전국으로 뻗어진 교통망의 중심지 서울역을 지척에 두고 있는 곳이다. 또한 크고 작은 회사들과 각종 기관들이 밀집해있어 점심 시간에는 모든 식당 앞에 줄이 서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낮에는 분주했던 거리는 이처럼 직장인들로 분주했던 동네는 심야가 되면 조용한 것을 넘어 적막하기까지 하다. 그러니까 그냥 “구도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후암동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바로 다양성이다. 우선 이 곳에는 고급주택들과 함께 열악한 주거 환경의 대명사인 쪽방촌이 공존한다. 부유층과 빈곤층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이곳에 오래동안 터를 잡아 고향처럼 살아온 노년층과 동시에 도심지 근무지로 인하여 비교적 최근에 이사 온 청년들이 많이 거주한다. 이는 원주민과 이주민이라는 상반된 사람들의 공존을 말해준다. 또한 인구가 2만 명도 안되는 이 작은 마을은 크고 작은 맛집들과 카페들도 구석 구석 채워져있다. 그래서 언제나 거주인구보다 많은 유동인구가 있다. 이곳에는 외국인들도 많다. 서울역 인근이어서 잠시 머물다 가는 외국인도 있지만, 눌러사는 외국인도 상당히 많은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오늘 서울을 살아가는 거의 모든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2000년 전 안디옥 교회도 그러했다. 안디옥은 로마 제국 제 3도시였다. 제 1도시는 정치의 중심지 로마, 제 2도시는 학문의 중심지 알렉산드리아였다. 제 3도시 안디옥은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 안디옥, 이 도시는 제국 내에서 다양성을 대표하는 곳이었다. 다양한 지역 출신의 사람들이 뒤엉켜 살아가는 이 곳은 하나님에 의해 새로운 예루살렘 교회로 선택되었고, 안디옥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이 교회의 개척자들은 역시 모두 이 곳 출신이 아니었다.
이러한 모습은 도심에서의 교회 개척과 성장이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도심 교회 개척은 원주민들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심 교회 개척은 도심의 접근성과 상징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원주민들이 아닌 이주민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주민들이 만들어 낸 역동성과 다양성은 교회구성원들에게 구심점이자 원동력을 주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쁨의교회의 출발은 완벽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각지에서 대학을 다니던 청년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교회 안에서는 일종의 ‘향우회’ 같은 것이 생겨날 정도였다. 또 국제예배도 시작되었다. 프랑스에서 온 초신자, 싱가포르에서 온 모태신앙 친구들, 홍콩에서 온 불신자… 이러한 다양한 사람들이 뒤엉켜져 공동체를 이뤘다.
지금도 교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또 다시 많이 이동해간다. 지금도 이러한 변화들이 잘 적응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러한 역동적인 변화 속에서 기쁨의교회가 성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공간과 메시지
우리 교회를 찾아오는 성도들의 상당수는 입소문이나 지인의 소개를 통해서 온다. 교회 건물을 보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신도시 주거 밀집 지역에서는 아직도 교회 건물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도심 상가 교회는 건물로 성도들을 모은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잘 보이지가 않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온라인 공간'이었다. 좋은 디자이너들이 있었다. 홈페이지는 얼굴이니까 예쁘게 했다. 오늘 날 교회의 SNS 활용은 일종의 말투이다. 젊은이들에게는 교회의 동시대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요즘 거리에는 예전만큼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나 인스타그램Instagram 같은 SNS에는 수천 수만의 젊은이들이 머물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기쁨의교회라는 존재에 대해서 말을 한다. 디자인과 포스팅들은 교회의 분위기와 추구하는 가치들을 향기처럼 뿜어낸다. 그들이 인도함을 받는 곳은 바로 유튜브YouTube이다. 현재 구독자는 1,000명 정도이다. 아주 큰 숫자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중형교회들이 등록 성도에 비해서 적은 규모의 구독자를 갖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곳에서 그들은 기쁨의교회의 영성을 맛보고 점차적으로 내적 친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사역적 양상은 공간이라는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그 한계가 도리어 온라인 공간이라는 더 큰 바다로 나아가게 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우리의 존재로 메시지를 남기려 했고, 그러한 선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성경을 설교하고, 찬송가를 부르는 청년교회
젊은이들이 주류를 이루는 교회라 해서 모든 것이 파격적인 것은 아니다. 기쁨의교회 예배는 생각보다 전통적이다. 물론 금요기도회나 청년예배에서의 예배 형식 면에서는 기존 전통 예배 형식에서 많은 것을 생략했지만, 중요한 부분, 즉 설교와 찬양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분위기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기쁨의교회 설교는 강해설교가 많다. 물론 주제 설교를 굉장히 긴 시리즈로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종을 이루는 것은 강해설교이다. 주중 예배는 창세기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권을 설교한다. 주일에는 주로 복음서 강해설교를 한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특별 계시인 성경이 그 안에 기록된 내용과 더불어 형식마저 존중받아야 하는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경 중심의 설교가 청년들을 보다 진지한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필자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은 그야말로 뉴미디어의 시대이다. 이러한 뉴미디어 시대의 핵심은 바로 가볍게 소비되는 콘텐츠(Short-Form Video)이다. 설교는 이러한 흐름에 반대되는 활동이다. '보기' 중심이 아닌 '듣기' 중심의 활동인데다가, 심지어 30분에서 길면 1시간도 진행되는 긴 호흡의 콘텐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경에 대한 지식까지 부족하다면 그야말로 설교라는 형식의 활동은 그야말로 멸종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기쁨의교회는 자체적으로 성경문맹퇴치운동을 지속해나가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강해설교와 공동체 성경읽기 등을 지속하여 나가고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러한 토양에서 훈련된 신자들이 설교의 유익을 더욱 크게 얻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쁨의교회 찬양도 아주 트렌디하지는 않다. 심지어 오전예배는 교독문과 4곡 이상의 찬송가 순서가 있을 정도로 상당히 전통적으로 드려진다. 또한 비교적 캐주얼한 주중예배에서도 인도자들에게 찬송가를 셋리스트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한다. 젊은 교회라 해서 전통과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 교회이기에 더욱 의도적으로 신앙의 유산을 전수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그 성과도 매우 좋다.
참여하고 체험하는 교회
기쁨의교회는 선교적 교회이다. 등록된 모든 성도들은 각자 1개 이상의 선교팀에 가입해야 한다. 다른 헌금은 작정하지 않지만 선교 헌금은 매년 작정한다. 또한 매월 6월을 선교의 달로 정하고, 전교인을 대상으로 선교학교를 개최한다. 현재 8개 국가의 선교사님들과 동역하고 있는데 그 곳으로 연중 수시로 청년들을 파송한다. ‘퇴사 후에 한 달’, ‘휴학하고 두 달’ 이런 식으로 선교지에 머물며 선교사님들을 돕고, 현지 상황을 배우라는 것이다. 또한 단기 선교도 최대한 많이 보낸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힘에 벅찰 정도의 구제를 한다. 결국 복음을 듣는 것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복음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기에 최대 인원이 최대 선교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이러한 활동은 교회를 1년 내내 살아있게 한다. 청년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그들에게 뛰어야 할 운동장과 룰을 가르쳐준다면 우리는 멋진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참여의 극대화는 기도를 통해서 이뤄진다. 매주일 청년예배 시간에는 선교기도 시간이 있다. 각 선교지 소식을 전하고 기도 제목을 나누며 전교인이 합심하여 기도하는 시간이다. 그 때 자신과 이 땅만 바라보던 시선은 동서남북으로 옮기어지고,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일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 기도를 통해서 문제가 해결되고, 복음의 진보가 있음을 경험하는 순간 성도들은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요 이 위대한 사역의 동역자가 된다.
사역 원칙: 거룩한 자발성
기쁨의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자발성에 기초한 사역 문화이다. 기쁨의교회는 아직 장로가 없다. 그러니까 조직이나 사역의 고정된 틀이 없이 유연하다는 것이다. 교회의 이러한 유연성은 구성원들에게 유연한 사고와 태도를 준다. 당연하고 마땅히 이루어지는 사역은 없다. 어느 주일에 주보가 나오지 않더라도 누구도 책망하지 않는다. 주보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사역이 의무가 아닌 것이다. 교역자들 출근 시간도 따로 없다. 교역자 회의도 거의 하지 않고, 주일에도 알아서 출근하고 알아서 퇴근한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일들도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그래서 교역자 스트레스가 현저히 적다.
기쁨의교회에는 거의 90% 이상의 사역은 자발적으로 진행된다. 수련회를 준비할 때도 교역자들은 가장 기본적인 업무만을 할 뿐 자원하여 섬기는 ‘수련회준비위원회’가 모든 것을 도맡아 진행한다. 이들 중의 상당수는 새가족들이다. 식사 당번 같은 경우에도 부서별로 자원하여 진행된다. 설거지도 대충 쌓아두다보면 누군가가 한다. 물론 이것이 비효율적이고 도리어 혼란을 준다. 점차적으로 체계와 조직을 갖추게 되리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마치 아이가 어떠한 문화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는지가 중요한 것처럼, 교회도 전통을 형성하는 초기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기에 최대한 모든 사역과 섬김을 자원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당연히 누군가가 해내야만 하는 것은 없음을 깊이 각인시킴으로 기쁨과 감사라는 가치를 보다 자주 접하고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성도들이 이 부분을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쁘게 여긴다.
기쁨의교회의 비전: 평생 신앙 (Life-Long Faith)
기쁨의교회는 변화를 마주대하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있다. 개척 초창기는 조심스러운 연애를 권장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헤어져도 교회를 떠나지 않는다는 안전망을 제공하며 최대한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연애할 것을 권장한다. 옛날에는 어른들이 ‘교회에 연애하러 왔냐’고 타박도 하셨지만, 생각해보면 교회 밖에서 연애하는 것이 더 안 좋아 보인다. 이러한 일의 결국은 청년들의 삶에 변화가 온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사회에 나가고 결혼을 하면서 삶의 계절이 달라진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더욱 더 큰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청년기에 들었던 이상적이고 본질적인 메시지만으로는 세상은 커녕 본인의 삶과 내면도 해석이 되지 않는 현실을 마주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제 목회 패러다임도 성도들의 생애주기를 따르는 양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쁨의교회는 이러한 생애주기에 따른 사역들과 훈련들을 제공하고자 변화들을 계획하고 있다. 먼저는 평생 신앙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이것은 매우 교육적 활동이다. 한 신자가 평생 해야 하는 성경 통독, 기도 훈련, 선교 참여 등을 생애주기별로 구성하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가 마주 대하는 모든 인생의 계절 속에서 필요한 영적 훈련과 공급이 지속되게 끔하고자 한다.
기쁨의교회의 성장과 발전은 평균연령을 유지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평균연령과 상관없이 진취적인 기상으로 복음의 이상에 도달하고자 하는 꿈을 버리지 않았는가에 달렸다고 본다. 자유와 기쁨 속에서 주어진 삶의 시간들을 복음의 본질로 채워나가도록 하는 이 위대한 도전은 기쁨의교회가 존속하는 한 지속될 것이다. 기쁨의교회는 지난 8년 간 이루어진 것보다 8년 간 심겨진 것에 더 큰 기대와 소망을 두고 있다. 도심 속에서 시작되어 삶의 자리로 이어질 기쁨의교회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시라.
- 이요한 담임목사의 「월간 목회」 2023년 10월호 기고글입니다 -